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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소리마당 : 서대문구의회, 부디 이성을 찾길

주이삭 서대문구의회 의원

(국민의힘, 충현·천연·북아현·신촌동)

 

작년 12월, 서대문구의회에선 ‘성인기 뇌병변 장애인들의 평생교육을 위한 시설을 만들자’는 취지로 부지 및 건물매입비 20억 원 쪽지예산이 통과되며 큰 논란이 일었다. 일부 의원들이 단체민원인들과 면담 후 면밀한 검토 없이 구의회 행정복지위원회 쪽지예산으로 20억을 갑자기 끼어 넣은 것이다.

 

문제는「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 제10조에 따른 ‘예산은 의회 의결 전에 공유재산관리계획을 세워 의결을 받아야 한다’는 법적 절차를 위반한데 있었다.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법에서 정한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 국가 예산을 마치 자기 주머니에서 꺼내 쓰듯 남용한 행위 밖에 안 되는 것이었다. 아무리 ‘선심’이었어도 말이다.

 

물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적법하게 추진하자’는 의원들도 있었다. 그러나 ‘소수의견’이란 이유로 묵살 당했다. ‘의회가 다수결로 의결한 정책이니 괜찮다’는 논리였다. 다수결이 민주주의 기본 원칙이라 할지라도 법이 정하는 절차를 다 지킨 후 적용되는 게 상식인데 말이다. ‘불법을 저질러도 다수결이면 괜찮다’는 ‘궤변’이 탄생한 순간이다.

 

혼란은 불 보듯 뻔했다. 최초 염두에 둔 20억 원짜리 A부지는 법적 절차를 이행하다 보니 예상했던 대로 매입타이밍을 놓칠 수밖에 없었고, 이후 A부지보다 2배가량 비싼 B부지(건물)를 찾는 지경에 이르렀다.

 

6월에 B부지 매입을 위한 관리계획이 통과, 이후 7월 추경심사 때 초과예산을 확보했는데, 중개소를 갔더니 이미 B부지는 새 주인을 찾아 떠났다는 황당한 사태가 발생했다. 심지어 기존 세입자와의 계약해지도 준비되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한다.

 

구청 집행부가 관리계획과 예산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매입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양 의원들을 속인 셈이 됐다. 예산 반영 전 사전점검 등 여러 절차를 지켰다면 없었을 일들이었는데, 그렇지 않았기에 일어난 ‘정책 참사’였다.

 

구청은 대안으로 C부지를 찾아왔다. C부지는 B부지에 비해 좁은 연면적과 당초 건축시기도 더 오래된 매물이었는데, 매입가격은 비슷했다. 심지어 사업 특성상 엘리베이터도 필요하나 설치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 ‘신축이 필요하다’고 검토됐다. 그러나 구청 집행부는 “매입 후 리모델링을 하겠다”는 내용으로 관리계획안을 의회에 제출했고, 이번 10월 임시회에서 C부지에 대한 관리계획 통과를 요청했다.

 

문제는 신축 시 총사업비 60억 이상의 재원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서울시 투자사업심사 규칙」에는 ‘자치구의 이전재원 포함 총사업비 60억원 이상의 신규투자사업’은 서울시의 투자심사를 통과한 후 사업 추진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획상 ‘리모델링’을 하기로 한만큼 서울시 투자심사는 ‘패싱’하고 일단 건물을 매입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청은 물론 통과시킨 의원들 모두 ‘이 건물은 신축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 같은 ‘꼼수’를 묵인하고 이번 10월 재정건설위원회와 본회의에서 C부지 매입을 위한 관리계획은 이렇게 통과했다. 나는 도저히 내 양심으론 동의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 안건이 의결되는 때마다 자리를 이석하며 내 나름대로의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우리 의원들은 구청이 잘못된 행정을 할 때 비판하는 사람들이다. 이 일련의 사안을 돌이켜 보면 과연 우리 서대문구의회가 구청을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 돌이켜보지 않을 수 없었다. 거의 10개월간 최대한 원칙을 지키게끔 노력했지만 힘이 없는 작은 당이라 막을 수 없었다고 말하기엔 너무 무력했던 자신을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할 말은 해야겠다. 이번 일련의 사태는 ‘궤변’과 ‘꼼수’ 없이 이성과 합리로 정책을 추진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다. 행정을 견제해야 하는 의원들이 스스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임기 8개월 남은 서대문구의회 의원들이 부디 지금이라도 이성을 찾길 바랄 뿐이다.

서대문구 서대문구의회 서대문구소방서
서울특별시 서울특별시의회 전국지역신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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