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율곡선생의 십만양병설 주장의 진위여부는 현재 학자들 사이에 이견이 분분한 것이 사실이지만, 이러한 시시비비는 차치(且置)하더라도, 십만양병설의 핵심은 유사시에 대비하여 미리 국가의 안위를 준비하자는 것이다.
올해 대한민국의 안보와 관련하여 가장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사드(고고도방위미사일)배치를 두고 일어나고 있는 사회 현상을 볼 때 430여년전의 역사적 과오가 되풀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동안 북한의 핵개발 저지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과 제재가 무색하게 김정은 정권은 지난 9월 9일 전격적으로 5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북한의 핵탄두는 날이 갈수록 소형화, 표준화 되어 가고 있고 핵탄두를 쏠 수 있는 미사일도 계속 진일보 되고 있다.
국내외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빠르면 향후 1년 안에 핵무기를 실천배치 시킬 능력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십만양병설은 어쩌면 지금보다 더 평화로운 시기에 제기되었음에도 국가적 위험에 미리 대비하지 못함으로 인해 임진왜란을 맞아 풍전등화의 국가적 위기를 맞이했던 것에 비추어 보면, 나날이 진화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배치는 당장 우리 발등에 떨어진 불인 셈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국가의 안보위기 앞에 하나로 뭉친 힘을 보여주지 못하고 사분오열하고 있는 모습은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쾌재를 부를 일이다.
사드는 사거리 3,000㎞급 이하의 단거리나 준중거리 탄도미사일이 대기권으로 하강할 때 맞춰 파괴하는 탄도미사일 방어체계이다.
즉 사드는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에 대한 국가 안위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대한민국의 자위적 방어 조치이자 유사시 한반도 방어를 위한 미군 증원 전력 전개를 위한 방호가 그 목적이다.
물론 사드 배치에 따른 전자파 발생문제 등의 우려 때문에 지역적 차원에서 일부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위험 수준에 이른 현 상황에서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서는 사드 이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430여년 전, 십만양병설을 무시했던 조선은, 십년이 채 지나지 않아 초유의 대란을 겪으면서 도읍을 버리고 피란을 떠나야 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국가 안보에 대한 대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역사적 과오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 갈등과 분열을 극복하고 우리 모두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