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의 건장한 체격의 남자가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선생님 소변에서 거품이 너무 많이 보여요” “언제부터 거품이 보이던가요?” “네! 유심히 보지는 않아서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최근 며칠 동안 심해진 것처럼 느껴지네요” “하루 중 언제 가장 심하게 보이나요? 예를 들면 아침이나 저녁, 또는 운동 후 등등.” “낮에는 직장에서 소변기에 보기 때문에 거품을 크게 못 느끼는 것 같고 아침에 일어나서 소변 볼 때 제일 거품이 많이 보여요. 특히 술 마신 날이나 격하게 운동을 하고 난 후에 더 그런 것 같기도 하구요”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질환으로 약을 복용하고 있지는 않나요?” “네! 2년에 한 번씩 회사에서 건강 검진을 비교적 자세히 받고 있는데 아직까지 혈압, 당뇨가 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고 검사결과 모두 정상 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시군요! 거품뇨의 원인 중에 문제가 되는 것은 단백뇨인데 정상적으로도 소변에 거품이 보일 수는 있습니다. 특히 남자는 소변이 낙차가 크게 떨어지고 아침에는 소변량이 많아서 요속이 빠르기 때문에 거품이 더 생길 수 있어요.” “일단 소변 검사를 해서 실제로 단백뇨가 나오는지 확인 해보고 다시 만나시지요”
다행히 이 환자는 소변검사에서 요단백이 검출 되지 않았다. 많은 환자들이 소변에 거품이 나온다고 병원을 찾아온다. 또는 다리나 몸이 붓는 증상을 주소로 내원하기도 한다. 모두 단백뇨의 증상 일 수 있다.
단백뇨는 기능성 단백뇨와 병적인 단백뇨로 나눌 수 있으며 기능성 단백뇨는 신장(콩팥)기능에 문제가 생기지 않은 상태에서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생길 수가 있다. 가령 격심한 운동을 한 후나 발열이 있을 때, 또는 탈수가 심한 경우, 요로감염 등이 있을 때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소아청소년기 때는 오래 앉거나 서있을 때 기립성 단백뇨의 형태로 기능성 단백뇨가 발생할 수 있다.
우리의 신장은 정수기와 같은 기능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몸에 필요한 성분은 보관 또는 여과 후에 재흡수를 함으로써 일정량을 항상 유지하고 필요 없는 성분은 몸으로 배출시키는 기능을 한다. 이러한 기능을 하려면 정수기내의 필터가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필터 기능을 하는 곳이 바로 사구체이다. 사구체는 모세혈관이 실타래처럼 모여 있어서 이름 지어진 기관으로 한쪽 신장에 백 만개 정도의 사구체가 있으며 두 곳의 신장을 합하면 대략 2백만 개의 사구체가 있다. 사구체 이상이 생겨 필터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단백뇨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일시적(기능적) 단백뇨를 제외하면 모든 단백뇨는 신장(콩팥)에 이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초기 신호 일 수 있다.
단백뇨란 하루 150mg/day 이상의 단백질이 소변으로 나올 때로 정의하며 양이 많을수록 심각한 단백뇨라 할 수 있다
우리가 건강검진에서 소변검사를 하면 “단백뇨: 음성 또는 -, 단백뇨: trace 또는 +-, 단백뇨 1+, 2+”와 같은 검진결과 통보서 받게 되는데 4+까지 결과가 나오고 양성숫자 높을수록 단백뇨의 양이 많고 신장질환도 많이 진행되었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검사는 요 시험지 봉 검사(Dipstick Test)라는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 저렴하게 단백뇨의 유무와 대략의 량을 가늠할 수가 있다
이러한 결과는 추측이고 정확 하다고는 볼 수 없기 때문에 정량을 알기 위해서는 24시간 소변을 모아서 소변내의 배출된 단배질의 양을 측정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지만 24시간 동안 소변을 한 번도 빠짐 없이 모은 다는 것이 쉽지 않아 최근에는 일회 소변으로 단백질 또는 알부민과 크레아티닌의 비율을 계산해서 하루 단백뇨를 추측하는 방법으로 임상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비교적 정확한 하루 단백뇨의 양을 알 수 있다.
단백뇨는 일시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콩팥에 질환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단백뇨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은 당뇨병이다 거의 반수에서 당뇨로 인한 신장 손상으로 발생하고 그 다음으로 고혈압, 사구체 신염 등이 신장 손상을 일으켜 단백뇨를 만드는 원인질환들이다.
신장기능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말이 있다. 바로 사구체여과율이다. 사구체여과율(GFR=Glomerular Filtration Rate)은 1분동안 단위 체표면적당 걸러내는 혈액량을 의미하며 높을수록 신장기능이 좋다고 할 수 있다. GFR의 정도를 가지고 만성 콩팥병의 병기를 나누게 되는데 다음과 같다
우리의 콩팥은 단순히 혈액을 걸러내어 노폐물을 배설하는 기능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에리스로포이에틴(Erythropoietin)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해서 적혈구를 생성하여 빈혈을 예방하는 기능을 하고 비타민D를 활성화해서 골다공증을 예방하고 심혈관 질환의 예방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뿐 아니라 각종 전해질의 농도를 조절하고 레닌(Renin)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하여 혈압조절을 하는 중요한 기능을 가지고 있는 장기이다.
이러한 장기에 손상이 있다는 초기 소견이 우연히 발견되는 단백요인 경우가 많으며 4단계 이상으로 진행된 만성콩팥병의 경우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혈액투석이나 신장이식과 같은 치료를 하여야 하는 질환이므로 검진에서 적은 량의 단백뇨가 발견 되었을 때 신장기능을 정확히 측정하고 진행단계에 맞는 치료를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말기신부전으로 가는 것을 늦추어 건강한 삶을 오래까지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해 본다.
우선 초기에 단백뇨를 일으키는 원인 질환을 철저히 조절하는 것이다. 당뇨환자에서는 당화혈색소를 7미만으로 고혈압 환자는 혈압을 130/80이하로 조절 하는 것이 중요하며 체칠량지수(BMI=Body mass index)를 20-25로 조절하여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철저히 관리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혈압을 낮춰 뇌졸중, 심근경색 같은 심혈관질환의 예방에도 도움이 되니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
신장질환의 단계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단백질 섭취를 줄이는 것도 식이조절의 중요한 포인트이다. 또한 무분별한 약물(특히,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건강보조식품, 한약, 항생제 등)복용은 안되며 꼭 필요한 경우 의사와 상담하여 복용 하여야 함을 특별히 강조 한다.
건강 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단백뇨는 신장손상의 초기 징후일 수 있으며 적은 단백뇨일 때는 환자 대부분이 무증상이고 환자들은 당뇨, 고혈압 등의 기저 질환이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단백뇨가 발견되면 바로 앞서 설명한 식이요법, 운동요법을 실천하여 적정체중을 유지하고 가지고 있는 질환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매우 중요함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신장내과 선생님과의 진료를 통하여 장기적이고 실천 가능한 치료계획을 수립하여 건강한 신장을 오래도록 가지고 살 수 있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