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준 서대문문화원장
내가 몸담고 있는 ‘서대문문화원’은 2001년 10월 서대문구 지역내 문화,예술 및 향토인, 사학자 등 각계 인사들이 뜻을 모아 지역문화의 전승을 목적으로 설립되어 현재에도 지역사회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나이와 계층을 초월하지만 역시 대부분이 늦은 나이 만학의 꿈을 펼치는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아이들 모두 키우고 이제야 자신의 꿈을 찾아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려면 건강이 필수적이며, 우리 나이에는 신체적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나 또한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며 건강보험의 소중함을 항상 느끼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은 국민보건과 사회보장을 증진시켜 국민 건강을 지키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설립한 기관으로서 그 재정의 대부분은 국민이 매달 내는 보험료로 운영된다. 이러한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는 많은 국가들이 배우고 싶어하는 세계적으로 자랑할 수 있는 우수한 제도이다.
그러나, 일명 사무장병원, 면허대여약국으로 불리는 불법개설기관들이 이 제도의 지속가능성과 재정을 지속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사무장병원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은 뒷전이고 영리 추구를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과거 2018년 화재사고가 발생한 밀양세종병원이 전형적인 사례로 의료인이 아닌 비의료인에게 의약품을 조제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소방안전시설, 불법 건축물 증축함에 따라 사망자 47명, 부상자 112명이라는 큰 인명피해가 발생하였다.
그 외에도 국민의 건강권을 해치는 과잉진료, 진료일수 늘리기 등의 부당청구 뿐만 아니라 통원환자에게 가짜 입원확인서를 발급해 민간보험사의 100억원대 보험금을 가로채는 등 사무장병원에 의한 보험사기 피해사례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언론에 보도된 자료에 의하면 공단은 그동안 사무장병원 단속을 강화해 지난 14년간 무려 1,717개 기관을 적발했고, 그 피해 금액도 약 3조 430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부당 편취금의 징수율은 약 6.7%(2,335억 원)로 매우 낮은 실정으로, 이는 현행 공단의 단속체계의 한계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국민건강보험재정과 건강보험제도의 지속가능성에 심각한 위협하며 국민들의 보험료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사무장병원은 개설 자체가 불법이기에 공단으로부터 진료비를 청구해 받아갔다면 그것은 부당한 것으로 당연히 환수해야한다. 하지만 공단은 사무장병원을 적발하더라도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자금추적이 불가하여 혐의를 입증하는데 어려움이 생길 수 밖에 없고, 경찰에 수사 의뢰하더라도 수사 기간이 평균 11.5개월, 최장 4년 5개월이 소요되는 등 수사 기간 장기화로 인해 피의자들에게 재산을 도피할 시간을 벌어주고, 진료비 지급이 차단되기까지의 기간이 늘어 부당하게 지급된 진료비를 적기에 환수하는 것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불법개설기관을 단속하고 퇴출시키기 위한 특별사법경찰권한(이하 특사경)을 부여하는 ‘사법경찰직무법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상정되어 심의 중에 있으나, 계속 국회 계류되어 진척이 없는 상태이다.
공단은 2009년부터 불법개설기관을 조사해 오면서 축적된 경험 있는 인력과 빅데이터 예측‧분석 시스템을 운영하여 누구보다 불법개설기관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단속할 수 있는 유일하고 최적화된 기관이다.
특사경을 통해 공단에 수사권이 부여된다면 수사 기간을 3개월로 단축하여 연간 약 2천억 원 규모의 보험 재정 누수를 막을 수 있고, 또한 수익 창출에만 매몰되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는 뒷전인 사무장병원의 진입 자체를 억제하고 자진 퇴출시키는 자정활동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의 건강권 보호와 안정된 건강보험의 지속성을 유인하고, 의료 선진국가로 더욱 발돋움하여 우리 자녀들에게 건전하고 든든한 미래가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이기에 공단의 특사경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에서 조속히 통과되도록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갖고 응원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