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유현 의원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어가는 나라라는 것은 잘 알려진 바입니다. 2025년이면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국가재정, 보건 및 의료,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심각한 문제가 동반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65세 이상 고령층 인구 비중이 1%P 늘면 재정지출의 국내총생산(GDP) 성장 효과가 5.9% 줄어든다는 보고도 있었습니다.(‘인구구조 변화의 재정지출 성장효과에 대한 영향 분석’, 한국은행 조사통계월보, 2023.1)
‘나이 듦’이란, 이제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책임과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기대 수명이 80세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장수에 대한 개념 역시 변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오래 사느냐! 가 아닌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건강한 노년의 삶’을 위해 공공보건과 복지, 문화체육 등 전반에서 사회적 투자가 요구됩니다.
이런 사회적 투자는 의료시스템이나 문화체육시설 같은 거창한 것만이 아닙니다. 생활 속에서 어르신들이 제대로 먹고, 편히 쉬고, 깨끗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입니다.
어르신들을 위한 ‘목욕비 지원’ 역시 그 하나라 할 수 있겠습니다. 노인에게 개인위생관리는 먹는 것, 자는 것만큼이나 중요합니다.
제대로 씻고, 청결을 유지하는 것은 어르신들의 건강과 직결된다고 합니다.
실제 김종인 원광대 명예교수가 쓴 '장수사회학:생존확률의 사회생태학적 요인"(The Sociology of Longevity: Socioecological Factors of Survival Probability)를 보면 백세인이 되는 데 필요한 사회지표로 9가지를 얘기하는데 큰 첫째가 '개인 위생관리'였습니다.
이는 백세인 130명을 인터뷰 한 내용과 연구논문을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로, 장수한 어르신들은 거동이 다소 불편해진 이후에도 1주일에 1회 이상 방문하는 요양보호사로부터 전신 목욕 서비스를 받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연구를 위해 만난 107세 노인의 경우 평생 씻기를 게을리하지 않으면서, 즐겨 입던 한복도 1주일에 최소 2차례 이상 갈아입는 삶을 살았다"면서 "100세를 넘기는데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청결"이라고 강조했다.
어르신들에게 제대로 씻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생활에 기본이 되고, 단순히 보건이나 위생 측면뿐 아니라 인간적 존엄성을 지켜드리는 의미도 갖는다고 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기초수급자와 같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어르신들의 경우 가정에서 편리하게 목욕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되거나 ,목욕탕을 가는 것조차 부담스러운 것이 현실입니다.
따라서 기초수급자인 어르신들에게 대중목욕탕을 이용할 수 있도록 목욕비를 지원하는 것은 현실적인 지원책이자 기본권을 보장하는 정책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목욕비 관련 사업은 세종시를 비롯해 45개 지자체에서 조례를 만들어서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 중 일부 지자체에서는 목욕비 뿐 아니라 이·미용실 비용까지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우리 서대문구에서도 취약계층 어르신들을 위해 최소한의 목욕비를 지원해 주길 바라는 마음에 지난해 12월 정례회 구정에 관한 질문을 통해 구청장님에게 직접 건의한 바도 있습니다.
초고령화 사회에 대비하고자 많은 지자체들이 새로운 미래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 복지사각을 찾는 것을 제1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구민 삶은 바꾸는 정책은 결코 멀리 있는 것이 아닙니다. 특히 구민 삶과 직결된 정책을 펼치는 자치구의 정책은 가장 쉽고 현실적이며, 어르신들이 정말 원하는 정책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서대문구의회는 2023년 예산안 심사를 통해 취약계층 어르신들을 위해 목욕비 지원이 가능하도록 예산을 확보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서대문구에 사는 어르신들이 편안히 씻고 깨끗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목욕비를 지원하는 정책이 제대로 실현될 뿐 아니라 앞으로 더 지원 범위가 더 확대되어야겠습니다.
노인을 위한 복지는 미래의 나와 당신을 위한 정책입니다. 어르신들의 건강하고 안전한 생활을 위한 작은 복지, 목욕비 지원 사업이 서대문구에서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서대문구의회도 지켜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