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달은 빌리루빈(Bilirubin)이라는 색소 성분이 체내에 과하게 축적되어 피부, 눈의 공막(눈의 흰자위)과 점막 등이 노랗게 되는 현상이다.
빌리루빈의 생성이 과해서 많아지거나 간세포 내에서의 대사 및 담도(담즙이 간에서 십이지장으로 내려오는 길)를 통한 장내로의 배설에 문제가 생기면 체내에 축적되는 것이다. 보통 피부보다는 공막이 빌리루빈에 친화성 높은 엘라스틴(Elastine)성분이 많아 먼저 황달이 발견되며 보통 혈중 빌리루빈 농도가 3mg/dl이상이면 육안으로 황달의 관찰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눈의 변화보다 소변의 색이 짙은 노란색으로 먼저 변하는데 이때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많지는 않은 것 같다. 간혹 피부에 특히 손발바닥이 노랗다고 호소하며 외래를 방문하는 환자들이 종종 있는데 이들은 대부분 베타 카로틴이 풍부한 귤, 오렌지, 당근과 같은 과일이나 야채를 많이 섭취한 후에 생기는 베타 카로틴혈증으로 인한 피부색의 변화로 이 때는 공막과 소변의 색이 변하지 않으며 혈중 빌리루빈 수치가 정상인 것을 확인 하면 쉽게 황달과 구별이 가능하다. 80세 초반의 다소 과체중을 가진 여자 환자분이 외래를 방문 하였다.
“할머니 어떻게 오셨어요?” “제가 어제 목욕탕에 갔었는데요. 때를 미는 아주머니가 제 피부가 노랗다고 하면서 병원에 한번 가보라고 해서 왔어요.” 일견 보아도 피부가 많이 노란색을 띄고 있었다
“눈 좀 한 번 볼까요?”
눈의 흰자위 역시 짙은 노란색으로 보였다.
“최근에 속이 좋지 않거나 식욕이 떨어지거나 기운이 없거나 하시지는 않았나요?”
“네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어떤 증상도 저는 못 느꼈어요” “복부에 가끔 통증이 있거나 몸살을 동반한 열 증상도 없었나요?” “네 전혀 아무런 증상도 못 느꼈고 밥도 잘 먹고 단지 피부가 노랗게 변한 것 말고는 불편한 것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아 그러세요? 다행이네요. 환자분 혈액검사와 복부 초음파 검사를 해보시지요”
혈액 검사와 초음파 검사 결과 간기능은 정상이고 혈액 내에 빌리루빈 수치가 정상보다 10배 정도 증가해 있었다. 초음파에서도 특이 소견이 발견되지 않았다.
“환자분 혈액 내에 빌리루빈 이라는 색소가 많이 증가 되어 있고 특히 포합성빌리루빈(Conjugated bilirubin)이 많이 증가 되어 있어서 담즙이 내려오는 길에 폐쇄를 유발할 수 있는 어떤 질환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많아 보이네요”
환자분에게 현재 상태를 자세하게 설명한 후에 상급의료기관으로 의뢰하였다.
수 개월 후에 병원에서 다시 만난 환자는 컨디션이 아주 좋아 보였다. 물론 피부색도 완전히 정상 이었으며 식사도 잘하고 별 문제 없다고 하셨다.
“제가 대학병원에 바로 가서 MRI검사와 내시경 검사를 했는데 췌장 머리 쪽에 종양이 발견되어 수술을 받았어요” “그러셨군요. 종양이 암이라고 하지 않던가요?” “네 암이라고 해서 저도 많이 놀라고 가족들도 걱정을 했는데 수술하신 선생님이 황달이 환자분을 살리셨네요 라고 하시더라고요”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여쭈어 보았는데 암이 췌장의 머리 쪽에서 위치해 담도를 막아 황달이 발생했기 때문에 비교적 조기에 발견이 되어 수술이 가능했다고 하시더라고요”
환자는 췌장암이었던 것이다. 크기가 작아서 초음파에서도 발견이 안 되었지만 황달로 자신의 존재를 알렸던 것이다.
황달은 신생아기에도 생리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보통 출생 후 24시간이 지나서 생겨 1-2주 정도 지속 되다가 차차 없어진다. 그러나 24 이전에 발생하거나 2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 병적인 황달일 수 있어 부모님이나 의사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심하면 간접 빌리루빈이혈액 뇌장벽(Blood brain barrier)을 통과해 뇌세포에 침착해서 사망을 포함한 심각한 뇌손상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 것을 핵황달(Kernicterus)라고 하며 신생아기 때 올 수 있는 심각한 황달의 합병증이라 할 수 있다.
열을 동반하거나 상복부(특히 우상복부) 통증을 유발하며 발생하는 황달은 담즙의 흐름이 어떤 원인에 의해 막혀서 혈액으로 빌리루빈이 역류해서 발생하며 대부분 담도에 발생한 담석증이 주 원인이다. 이 때는 내시경이나 수술을 통해 담석을 제거하거나 담도를 재개통 시키는 수술을 시행하여 황달을 치료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환자의 경우는 황달 이외에 다른 증상이 전혀 없었지만 일반적으로 체중감소, 식욕부진, 소화불량과 무기력 등의 증상이 황달과 함께 나타나면 십이지장 팽대부(담, 췌관의 분비액이 십이지장으로 배출되는 부분)주변의 종양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오심, 구토, 근육통과 열 등을 동반하는 황달은 바이러스 또는 약물에 의한 급성간염에 의한 경우가 많으며 바이러스성 A형 간염이 임상에서 가장 많이 보는 간염이다. 보통 AST/ALT 수치가 20-30배 이상 증가하며 심하면 100배 이상 증가 하는 경우도 많이 볼 수 있다. B, C형 간염이 만성 간염, 간경화, 간암으로 진행되는 것과는 다르게 3개월 내에 90%이상의 환자가 정상으로 회복되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렇지만 기존에 B, C형 간염이 함께 있거나 면역력이 약한 노약자는 전격성 간염으로 진행되어 목숨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항체가 없는 사람은 6개월 간격으로 2회에 걸친 백신접종으로 95% 이상에서 예방효과를 얻을 수 있으므로 반드시 예방접종을 받기를 권고하는 바이다.
그 외에 황달을 유발하는 질환으로 유전병인 길버트 증후군(Gilbert syndrome)이 있는데 빌리루빈 대사에 관여하는 효소의 감소가 원인으로 비포합성 빌리루빈이 상승하며 전체 인구의 3-7%가 가지고 있을 정도로 비교적 흔한 질환이고 남자에서 2배 이상 많이 발생하며 평소에는 증상이 없다가 과로, 스트레스와 금식 등으로 황달이 악화 될 수도 있다.
다른 황달을 일으키는 유전질환으로 크리글러-나자르 증후군(Crigler-Najjar syndrome), 듀빈-존슨 증후군(Dubin-Johnson syndrome), 로터 증후군(Rotor syndrome)이 있으나 흔하게 보는 질환 들은 아니다.
신생아기에 나타나는 2주 내의 생리적인 황달과 베타카로틴 혈증을 제외한 모든 황달은 반드시 병적인 상태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고 피부색보다 눈의 흰자위가 먼저 노랗게 변하고 그 보다 먼저 소변색이 진해진다는 것을 기억하여 주기를 바라며 이러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는 바로 병원을 방문하여 혈액검사와 복부 초음파 등의 기본적인 검사를 반드시 받아보아야 함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