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원장
삼성제일의원원장
17세의 약간 마른 체형의 평소 내성적인 성격의 남자 학생이 병색이 있는 모습으로 진료실로 들어왔다.
“어디가 아파서 왔니?” “선생님 제가 3일전부터 오른쪽 가슴이 뻐근하게 아프고 숨 쉬는 것이 약간 불편하게 느껴져요” “어디 진찰 좀 해볼까? 숨을 크게 한 번 쉬어 보자” 청진기를 가슴에 대고 주의 깊게 들어 보았는데 우측의 호흡음이 잘 들리지 않았다.
“학생 흉부 엑스선 검사를 한 번 해 볼까요?” “네” 잠시 후 결과가 나왔다. 우측 폐에 흉막(폐를 감싸고 있는 막)선이 보이는 기흉의 소견이 관찰되었다.
엑스레이 검사를 하기도 전에 병력청취와 진찰소견으로 이미 짐작하고 있었지만 확진을 하게 된 것이다.
“기흉이 생겼네! 이 병은 바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위험 할 수도 있어서 지금 바로 응급실로 가야해” “부모님이 모두 직장에 계셔서 저 혼자 갈 수가 없어요 선생님!”
상황이 급해서 일단 부모님과 바로 통화 후에 인근 상급의료기관으로 전원하여 치료 받게 하였으며 다행히 잘 회복되었다.
흉통을 일으키는 원인은 매우 다양하고 때로는 심각한 질환의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어 일차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보는 저자의 경우 흉통을 호소하는 환자가 내원하면 약간 긴장을 하고 좀 더 꼼꼼하게 진료를 보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흉통이란 가슴부위에서 느끼는 통증과 불편한 증상을 통칭하는 증상이다.
흉통은 가슴부위에 있는 근육, 뼈, 늑막, 심장, 혈관, 식도의 이상으로 발생할 수 있으며 일차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환자의 1-2%가 흉통을 주소로 병원을 방문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일반적으로 국소적으로 한정되어 정확한 위치를 특정 지을 수 있고 비교적 피부표면에서 느끼는 통증은 흉벽과 늑골 등 근골격계의 문제일 가능성이 많으며 드물지만 대상포진에 의한 전구 증상인 경우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상대적으로 심부에 광범위하게 퍼지며 조이는 느낌의 압박감 같은 증상 있을 때는 심장, 대혈관, 폐와 식도 같은 장기의 이상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흉통을 일으키는 질환 중에 가장 심각하고 비교적 흔한 질환은 관상동맥(심장 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 폐쇄에 의한 협심증과 심근경색이다. 그 외에 심낭염, 대동맥류 파열, 폐색전증 등도 드물지만 치명적인 흉통을 호소하는 질환들이다.
전형적인 협심증(안정형 협심증)은 2-15분 정도 증상이 지속되며 운동중이나 정신적인 흥분상태, 추운 환경에 노출 시에 발생하며 니트로글리세린(Nitroglycerin)설하정(혀 밑으로 알약을 투약)으로 통증이 사라지는 특징이 있다. 반면 20분 이상 지속되거나 평소에 느끼던 통증보다 격심한 경우와 어깨나 팔, 턱으로 방사 되는 통증이 있을 때는 급성 심근 경색을 강력히 의심해 보아야 한다. 또한 고령이거나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이 있는 환자는 심근 경색의 초기 증상으로 흉통보다 오심, 구토, 소화불량과 같은 비 특이적인 소화기 증상과 어깨통증, 호흡곤란 등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어 세심한 진찰이 반드시 필수적이다.
개인적으로 저자의 장모님께서 코비드-19가 유행하기 시작한 2020년 1월 소화불량으로 집근처 내과에서 진찰 받던 중 병원 내에서 상태가 갑자기 악화되어 119구급대로 이송 되어 상급병원 응급실 도착 즉시 바로 심정지가 발생하였다.
심폐소생술(CPR=CardioPulmonary Resuscitation)을 하고 막힌 관상동맥을 재개통하는 시술(PTA)과 체외막산소공급(ECMO)장치를 하여 수개월간 중환자실에서 여러 차례 생사의 갈림길에서 사투를 벌이시다가 기적적으로 회복하여 퇴원하셨다. 그러나 지금도 심장기능이 완전히 회복 되지 않아 운동 시에 호흡에 문제가 있어 힘들어 하시지만 생명을 건진 것에 가족 모두가 감사해 하고 있다.
역류성 식도염, 소화성 궤양, 담낭염 등의 소화기 질환도 흉통을 일으킬 수 있으며 이 경우 약물요법이나 대증적인 치료 등을 먼저 시행해 볼 수도 있다. 역류성 식도염의 경우 과식 후나 누운 다음 증상이 악화 될 수 있어 감별진단에 참고 할 수 있다.
최근에 하지 심부정맥에 혈전이 있었거나 장시간 앉아서 여행을 하는 동안 또는 다리 골절이 발생하거나 수술을 한 후에 갑자기 발생한 흉통과 호흡곤란은 정맥에서 발생한 색전(Embolus)이 심장을 거쳐 폐동맥을 막아 발생한 폐색전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이 경우도 치료가 늦어지면 사망률이 30%까지 보고되고 있어 조기에 항응고제를 투여 하여야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발열, 기침 등을 동반하는 흉통은 폐렴을 의심 할 수 있고 수개월 전부터 발생한 통증이 점차 심해지면 진행된 폐암의 가능성을 암시하는 소견이므로 반드시 흉부 엑스선 검사를 시행하여야 한다.
흉통을 호소하는 환자를 평가 할 때는 기본적인 병력과 문진을 통한 진찰소견과 흉부엑스선, 심전도, 내시경, 초음파 검사 등의 종합적인 검사를 통하여 평가하여야 하며 이렇게 함으로서 흉통의 원인을 알아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응급상황과 비 응급 상황을 구별하게 된다.
전 흉부에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 중 일차의료기관에서 비교적 흔하게 접하는 질환은 늑연골염이라는 근골격계 질환이다 통증부위를 누르면 압통이 보통 느껴지며 병력 청취상 다치거나 심한 육체 활동을 한 경우가 많다. 이 경우 3주전후의 안정가료와 진통소염제 등의 대증적인 치료 후에 호전 된다.
많은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증상이 흉통이지만 이 글을 읽는 독자는 한 가지만 명심하면 된다.
과거에 경험 하지 못한 심한 가슴통증이 발생하는 경우 목, 턱, 어깨, 등 쪽으로 방사되는 흉통이 있거나 식은 땀, 호흡곤란, 구역 구토가 동반된 흉통은 지체 없이 응급실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단골로 다니던 동네 의원을 가는 것은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시간을 허비하게 될 가능성이 많을 수 있다. 이는 급성 심근경색을 강하게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이기 때문이다.
진료실에서 진료를 보다보면 실제로 이런 증상이 있는 환자가 바늘로 손과 귀를 찔러서 피를 빼는 어처구니없는 민간요법을 하고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이 비일비재가 발생하고 있어 많이 걱정이 된다.
특히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으로 치료중인 환자가 운동 중이나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에서 갑자기 가슴통증이 발생하면 협심증을 강력히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이므로 지체 없이 병원을 방문하여 심전도검사, 엑스선검사 등의 기초적인 검사와 진료를 받아보기를 꼭 당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