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김영호 국회의원이 서대문구에 지하철을 건설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을 때 적지 않은 사람들이 무리한 공약이라고 말했지만, 나는 서대문구민들의 요구를 대변한 정당한 공약이라고 생각했다. 지하철이야말로 가장 대표적인 공공재로, 시장 경제논리가 아닌 시민의 복지서비스 실현의 문제로 보는 것이 맞다. ‘강북횡단선’을 ‘민자사업’이 아닌, 서울시 예산 1조2,377억 원과 중앙정부 예산 8,251억 원 등 모두 2조628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재정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은 우리나라 정치와 행정이 바로잡혀나가고 있다는 증거다.
그런데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했던가. 지하철 소외지역 해소와 지역균형발전을 목적으로 하는 강북횡단선이 지하철역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자칫 그 취지를 못 살릴 수 있는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 서대문구 홍은1동과 홍제3동 주민들이 고대하는 간호대역이 빠지고 난데없이 상명대역이 계획된 것이다.
간호대역이 생길 경우 이용할 주민 수는 홍제1동 주민 2만3,430명, 홍제3동 주민 1만6,317명 등 모두 3만9,747명이다.(2019년 3월 현재) 그런데 상명대역이 들어서는 종로구 부암동 인구는 1만726명에 불과하다. 게다가 부암동은 면적이 넓어 인구 집중도가 떨어진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가?
지난 3월28일 서울시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안) 주민설명회에서 서울시는 이렇게 답변했다. “1) 이것은 기본계획이지 (역이) 100% 확정된 게 아니다. 2) 역을 선정할 때 일단 큰 4거리 위주로 한다.(4거리를 결절점이라함) 상명대 앞은 큰 도로가 만난다.(그래서 일단 상명대역이 생긴 것임) 3) 도로가 좁은(역 출입구 등을 만들기 위해 사유지가 많이 포함될) 곳은 (주민들을 위해 역이 필요한 곳이라 할지라도) 역 배치가 쉽지 않다. 4) 강북횡단선 계획(안)은 역 사이가 길다.”
이것을 해석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역은 얼마든지 변경 혹은 추가 가능하다. 2) 상명대 앞에 일단 역을 배치한 것은 그곳이 지하철역으로서 꼭 필요한 적합지라서라기보다는 큰 도로가 만나는 결절점이라 역 설치가 쉬워서 그런 것이다. 3) 간호대입구는 도로가 좁아 (역을 설치할 때) 사유지가 많이 포함될 것이므로 역사 배치가 까다로운 것은 사실이다. 4) 하지만 역과 역 사이가 길기 때문에 인구 여건과 주민요구 등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간호대역 설치가 가능하다.
그리고 답변할 때의 태도나 분위기 등을 고려할 때 서울시도 교통약자들을 위해 간호대역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는듯하고, 다만 도로가 넓지 않아 역 건설이 쉽지 않다는 기술적 혹은 (사유지 매입에 따른) 예산 추가 문제를 내비쳤다.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곳은 서대문구청이다. 서대문구는 지금이라도 간호대역이 들어서기 용이하게, 구예산으로 사유지 매입계획을 세우거나, 따로 ‘강북횡단선 효율적 역사건립을 위한 기금’을 조성하는 등 적극적인 자구책을 준비해야 한다. 그래야 서울시가 움직일 명분이 생긴다.
서대문구청은 간호대역 조성여건을 준비할 돈이 있다. 서대문구는 벌써 2년째 해마다 700억 원 가까운 순세계잉여금이 발생하고 있다. (2016년 결산서 순세계 잉여금 712억 원, 2017년 688억 원)
끝으로 한마디 덧붙이면, 역과 역 사이 간격도 문제가 안 된다. 서울도심 지하철이나 분당선도 역간격이 600미터가 안 되는 곳이 많다. 더구나 강북횡단선은 열차량수가 적은 경전철이어서 역간 거리가 짧아도 별 문제가 안 된다.
간호대역 설치는 지역이기주의가 아니라 지하철 소외지역인 홍은1동, 홍제3동 주민들의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정당한 요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