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지향 (코딩하는아이들 · 강의하는아이들 원장)
고속도로에서 앞차와 간격을 맞추고 차선을 스스로 지키는 기능은 이제 웬만한 신차에 기본으로 들어간다. 우리가 자율주행을 먼 미래로 여기는 사이, 그 첫 단계는 이미 도로 위에서 매일 작동하고 있다.
자율주행은 국제 기준(SAE)으로 0단계부터 5단계까지 나뉜다. 운전자가 모든 것을 하는 0단계에서, 사람이 전혀 개입하지 않는 5단계까지다. 오늘날 시판되는 승용차 대부분은 사람이 운전대를 잡되 기계가 돕는 2~3단계에 있고, 운전석에 사람이 없는 ‘로보택시’는 특정 구역에 한해 4단계를 구현한다. 기술의 방식은 크게 둘로 갈린다. 카메라만으로 사람처럼 보고 판단하는 방식(테슬라)과, 라이다·레이더·카메라를 겹쳐 쓰는 방식(웨이모)이다. 최근에는 인지·판단·제어를 하나의 AI로 통합하는 ‘엔드투엔드’ 방식으로 흐름이 모이고 있다.
경쟁은 이미 도로에서 벌어지고 있다. 구글 계열 웨이모는 샌프란시스코·피닉스 등 미국 여러 도시에서 운전자 없는 유료 운행을 하며, 2025년 한 해에만 무인 탑승 1,400만 건을 넘겼다. 테슬라는 2025년 텍사스 오스틴에서 로보택시 시범 운행을 시작했고, 같은 해 11월 국내에도 감독형 FSD를 처음 들여왔다. 현대차그룹은 합작사 모셔널을 통해 2026년 말 라스베이거스에서 4단계 무인 로보택시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으며, 소프트웨어 자회사 포티투닷(42dot)이 서울의 자율주행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서울 강남, 판교, 세종 등에서 낮 시간에 한해 체험형 시범 운행이 이뤄지지만, 24시간 유상 상업 서비스는 아직 열리지 않았다. 정부는 2027년 4단계 완전 자율주행 상용화를 목표로 인프라와 제도를 준비하고 있다. 다만 사고가 나면 누가 책임지는지, 보험은 어떻게 처리하는지, 기존 택시업계와의 갈등은 어떻게 풀지 등 사회적 합의가 남아 있다.
변화의 방향은 분명하다. 자동차는 ‘소유’에서 ‘구독과 공유’로 옮겨가고, 운전에 쓰던 시간은 다른 일로 채워질 것이다. 다만 미국 도로교통안전국 집계에서 2021년 중반부터 2025년 말까지 자율주행·주행보조 관련 사고가 5,200여 건에 이르고 그중 약 8.6%가 사상 사고로 이어졌듯, 기술의 완성도만큼 안전과 신뢰를 쌓는 일이 남은 과제다. 운전대를 완전히 놓는 날은, 기술보다 신뢰가 먼저 준비되어야 도착한다.
참고자료 현대자동차그룹 뉴스룸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2026);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자율주행, 새로운 지평을 열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자율주행 사고 집계(SGO); 웨이모·테슬라 발표 종합.
다음 편 예고 「계산대가 사라진 마트 : 그냥 들고 나가도 결제가 되는 이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