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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내 아이를 바꾸는 부모의 질문]

왜 우리 아이는 공부를 안 할까

-문제의 원인, 의지보다 구조를 먼저 보아야 합니다

부모님들이 상담 자리에서 가장 자주 꺼내는 질문이 있습니다.

 

“우리 아이는 왜 이렇게 공부를 안 할까요?”

 

이 질문 안에는 단순한 답답함만 들어 있지 않습니다. 불안도 있고, 속상함도 있고, 때로는 부모 자신의 자책도 담겨 있습니다. 어릴 때는 그래도 하라는 것은 하던 아이가 어느 순간부터 책상 앞에 앉는 것조차 싫어하고, 숙제를 미루고, 공부 이야기만 나오면 표정이 굳어지는 모습을 보면 부모의 마음은 조급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부모는 대개 가장 먼저 의지, 습관, 집중력 같은 단어를 떠올립니다.

‘게을러서 그런가?’

‘버릇이 잘못 든 건가?’

‘의지가 약한 아이인가?’

 

하지만 오랫동안 아이들을 지도하고 학부모를 상담하면서 느낀 것은, 아이의 공부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게 설명되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점입니다. 겉으로는 공부를 안 하는 것처럼 보여도, 아이 안에서는 이미 여러 번의 실패와 좌절이 쌓여 있을 수 있습니다. 공부를 싫어하는 아이가 아니라, 공부할 힘을 잃은 아이일 수도 있습니다.

 

아이는 어른처럼 자기 상태를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합니다. “저는 반복된 실패 때문에 자신감이 떨어졌어요”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미루고, 짜증을 내고, 딴짓을 하고, 공부 이야기를 피합니다. 부모는 그 모습을 보고 “정말 하기 싫은가 보다”라고 생각하지만, 아이의 마음속에서는 “해도 안 될 것 같다”, “또 혼날 것 같다”, “나는 원래 못하는 아이인가 보다”라는 생각이 자라고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 반복된 실패는 아이를 조용히 무너뜨립니다. 처음 한두 번 틀리는 것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습니다. 문제를 못 풀 수도 있고, 시험을 기대보다 못 볼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그런 경험이 반복될 때입니다. 수학 시험을 몇 번 연속으로 못 본 아이는 어느 순간부터 “이번 시험이 어려웠다”가 아니라 “나는 수학을 못한다”로 생각을 바꿉니다. 더 나아가 “나는 해도 안 되는 아이”라는 감각을 갖게 됩니다. 그때부터 아이는 공부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지고 들어갑니다.

 

이런 아이에게 “왜 또 안 했니?”라는 말은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물론 부모의 입장에서는 답답해서 나오는 말입니다. 하지만 아이에게는 그 말이 또 하나의 실패 확인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이때 필요한 질문은 “왜 안 하니?”가 아니라 “어디서 막혔니?”입니다. 이 차이는 단순한 말투의 차이가 아닙니다. 아이를 평가하느냐, 아이를 이해하려 하느냐의 차이입니다.

 

공부를 시작하지 못하는 아이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모는 흔히 “앉기만 하면 되는데 왜 그걸 못 하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많은 아이들은 의지가 약해서 시작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라서 멈춰 있습니다. 해야 할 것은 너무 많고, 틀린 문제는 쌓여 있고, 부모는 빨리 하라고 재촉합니다. 아이 입장에서는 공부가 하나의 과제가 아니라 거대한 벽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시작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강한 훈계보다 작은 출발점입니다.

“오늘은 이 두 문제만 다시 보자.”

“제일 쉬운 것부터 시작해 볼까?”

“지금 네가 할 수 있는 첫 번째 행동은 뭐야?”

 

이런 말은 아이에게 방향을 줍니다. 부모가 아이 대신 공부를 해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공부의 문턱을 낮춰줄 수는 있습니다. 많은 아이들은 공부 자체가 싫은 것이 아니라, 시작하는 순간의 부담이 너무 커서 뒤로 미루는 것입니다.

 

또 하나 부모가 돌아보아야 할 것은 공부의 의미입니다. 부모는 지금의 공부가 중학교, 고등학교, 진로와 연결된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아이는 그렇게 멀리 보지 못합니다. 아이에게는 당장의 숙제, 오늘의 시험, 지금의 어려움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나중에 다 너를 위해서야”라는 말은 맞는 말이지만 아이에게는 너무 멀게 들릴 때가 많습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표보다 작은 성취감입니다. 어제 몰랐던 것을 오늘 알게 되는 경험, 틀린 문제를 다시 풀어내는 경험, 자기 말로 설명해 보는 경험이 쌓일 때 아이는 공부의 의미를 조금씩 느끼게 됩니다. “몇 점 맞았니?”보다 “오늘 새롭게 알게 된 게 뭐야?”를 묻는 부모의 말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공부는 통제로만 움직이지 않습니다. 물론 부모가 시간을 정하고 계획을 확인하면 아이가 잠깐 움직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오래 가는 공부는 관계 속에서 자랍니다. 아이가 틀렸을 때 부모가 어떤 표정을 짓는지, 모른다고 말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실패했을 때 다시 해볼 수 있는 분위기가 있는지가 아이의 공부 태도에 깊은 영향을 줍니다.

 

“넌 왜 그것도 못하니?”라는 말을 자주 듣는 아이는 문제와 자신을 분리하지 못합니다. 문제를 틀린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부족한 사람처럼 느낍니다. 반대로 “괜찮아, 어디서 막혔는지 같이 보자”라는 말을 듣는 아이는 실수를 배움의 과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이 차이가 아이를 다시 공부 앞에 세우는 힘이 됩니다.

 

부모의 조급함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부모의 조급함은 대부분 사랑에서 나옵니다. 뒤처지게 하고 싶지 않고, 더 잘되게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러나 그 사랑이 불안과 결합하면 아이에게는 압박으로 전달될 수 있습니다. “빨리 해”, “지금 안 하면 늦어”, “언제까지 이럴 거야”라는 말은 아이를 움직이게 하기보다 오히려 더 얼어붙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의 공부 문제를 성격으로만 보아서는 안 됩니다. 게으르다, 끈기가 없다, 집중력이 없다고 단정하기 전에 구조를 보아야 합니다. 반복된 실패가 있었는지, 시작할 수 있는 작은 계획이 있는지, 모르는 것을 말할 수 있는 분위기인지, 부모의 말이 아이를 위축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야 합니다.

아이의 공부는 아이 혼자만의 문제가 아닐 때가 많습니다. 관계, 환경, 언어, 경험이 함께 얽혀 있습니다. 공부 문제를 구조로 본다는 것은 부모 탓을 하자는 뜻이 아닙니다. 더 정확하게 이해해야 더 정확하게 도울 수 있다는 뜻입니다.

 

아이를 바꾸는 첫 번째 출발은 아이를 다르게 보는 것입니다.

공부를 안 하는 아이가 아니라, 다시 시작할 힘을 잃은 아이일 수 있습니다.

의지가 없는 아이가 아니라,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모르는 아이일 수 있습니다.

 

부모의 질문이 바뀌면 아이를 보는 시선이 바뀝니다.

“왜 안 하니?”에서 “어디서 막혔니?”로.

“또 틀렸니?”에서 “어디까지는 맞게 생각했니?”로.

“정신 차려”에서 “무엇이 제일 어려웠니?”로.

 

그 작은 질문의 변화가 아이의 마음을 다시 열 수 있습니다. 공부의 변화는 책상 앞에서만 시작되지 않습니다.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시선, 그리고 아이에게 건네는 질문에서 먼저 시작됩니다.

 

김경철

대치동 수학강사 · 교육칼럼니스트

 

서대문구 서대문구의회 서대문구소방서
서울특별시 서울특별시의회 전국지역신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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