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무 너무 신나요, 더위가 싹 가시고 오히려 추워요, 신나는 물총 축제 내일도 올거예요”“축제고 뭐고 그냥 안했으면 좋겠어요…” 남녀노소, 외국인 내국인 할것없이 모두가 함께 물총 싸움에 휘말린 가운데 축제의 명암이 드러난 현장의 소리다.
도로 양끝 한쪽에 해적선이, 한쪽 끝에는 워터슬라이드가 설치되 해적선에서는 신나는 음악과 함께 물대포를 간간이 날아오고 중앙에 위치한 소방차에서는 연신 물을 뿌려대는 가 하면 참여한 시민들은 저마다의 특색있는 물총들을 들고 아빠등에 무등탄 꼬마 어린이로부터 남녀노소 할것없이 마구 서로에게 물총을 쏘아댄다.
구청장도 구의원도 넥타이를 풀고 손에는 물총을 들고 구민들과 어울려 물총을 쏘아대며 동심으로 돌아가고 연인끼리, 친구끼리 모두가 격의없이 함께 어울리고, 한켠에선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허공을 향해 물총을 쏘아 올리고 너나 없이 서로 쫒고 쫒기며 동심에 찬 물총싸움이 벌어져 보는 이들의 얼굴에 절로 미소를 머금게 한다.
처음부터 수영복을 입고 중무장한 친구들도, 지나가다 물총맞고 에라이 나도한번 하고 뛰어든 시민들도, 행사진행을 위해 봉사하든 스탭들도, 올해 최고를 기록한 33도의 더위를 날려버리듯 모두가 뒤엉켜 신나게 벌인 물총 싸움 신촌은 온통 즐거운 물난리다.
올해로 4번째 열린 신촌 연세로에서 벌어진 물총 축제의 모습이다. 이제 서대문구의 행사를 넘어 서울시의 명품축제로 자리매김 하고 있으며 갈수록 참가자들이 늘고 있어 주최측인 서대문구에서는 즐거운 비명이다.
하지만 항상 모든 일엔 명암이 있듯, 신촌을 온통 물로 뒤덮은 신나는 물총축제에도 한숨짓든 이들이 있음도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이 모이니 와플 한 개라도 더 팔수 있겠지, 부푼마음으로 15년동안 운영하고 있는 가판을 열었으나 저마다 물총싸움에 가게는 관심도 없고 심지어 진열된 와플에도 거침없는 물줄기도 쏟아지고 가게 주변엔 물로 물풍선의 잔해로 뒤덮여 있다.
평소처럼 무심코 연세로를 통과하기 위해 들어섰다 뜻밖의 광경에 조심조심 피하며 지나가던 정장한 여성에게도 예외없이 쏟아지는 물총세례로 난감한 상황이 벌어지고 주변 상가들은 이틀간의 황금주말에 손님은 감히 올 생각도 못해 텅빈 가게를 지키며 전전긍긍이다.
횟수를 거듭하며 이제 4회 물총축제를 마감하며 참여자가 아닌 지나는 시민들을 향해 물총을 날리고 진열된 가게 물품을 향해 거침없이 물총을 쏘아대는 폭주하는 열정은 자제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지나는 시민들은 조금멀어도 돌아가는 수고로움을, 상인들도 짜증과 불평보다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마케팅의 지혜를, 시민들로부터 빗발치는 민원인들에게 거져 축제니까 라는 말로 핑계하는 주최측도 무관심과 무책임한 태도를 버리고 좀더 책임있는 자세를 통해 서로 배려하고 서로 공감하며 즐거움을 함께하는 모두의 축제로 더욱 발전하기를 기대해 본다.
조충길 국장